2008년 06월 16일
이런 '해프닝' 같으니...

요즘은 참 오랜 만에 극장엘 들르곤 한다. 하는 일이 달라지다보니 예전 만큼 극장을 찾는 빈도가 준 건 사실이다. 최근엔 <섹스 앤 시티>를 친구의 고집으로 억지로 봤다. 참 재미없더라. 솔직히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결혼타령, 사랑타령, 섹스타령 등의 갖가지 놀음에 동화가 못됐기 때문이겠지. 아무튼 그리곤 2주후 나이트 샤말란이 이번엔 어떤 일을 벌일까하고 극장엘 갔더랬다.
<식스 센스> 이후 너무 많은 이들이 할리우드식 반전을 기대하는 것 같다. <해프닝>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에 불이 켜질 때쯤 난 분명히 들었다. "도대체 이게 뭐야"라는 불평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으니까. 그런데 왜 굳이 결론을 위한 부가설명을 원하는 것일까? <해프닝>은 말 그대로 그냥 '해프닝'일 뿐인, 분명히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으면서도 일어날 수 있는 가설의 실제적인 해프닝을 다룬 것일 뿐인데 말이다. 샤말란의 영화들 중 모두들 치켜 내리는 <레이디 인 더 워터>를 빼곤 그의 영화를 다 본 것 같긴 하다. 그런데 그는 '산 놈이 죽은 놈이었다'는 반전을 가진 그 영화를 빼곤 반전의 강박에 전혀 메어 있지 않았다. 그를 관습화시켜버린 그 유령 영화 때문에 관객들은 또 다시 그걸 기대하는 것이겠지.
<해프닝>도 무언가 관객의 뒤통수를 내려칠 큼직한 게 있다고 믿고, 또 그것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이에겐 참으로 재앙과 같은 영화가 될 수 있다. 하지만 샤말란이 이끄는데로 그다지 길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자신을 맡긴다면, 정말 근사한 스릴을 만들어낸다. 물론 이 영화를 걸작이니, 베스트니 하는, 그 따위의 평가로 놀리고 싶진 않다. <해프닝>은 정말 샤말란 식으로 만든 미스터리 스릴러이니까. 그러니 샤말란의 신작 <해프닝>은 제목 그대로, 있는 그대로, 그냥 일어날 수 있는 일을 '쌈빡'하게 담아냈다면 될 것 같다. 더욱이 이 감독은 몬스터, 괴수, 크리처, 고스트 등등의 기제 없이도 '호러블'한 반응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. 물론 개인적 생각이다. 내러티브 상 매끄럽지 못한 것이 걸리긴 하지만, 나이트 샤말란 만의 '해프닝'을 만들어낸 <해프닝>은 극장을 나선 뒤에도 무언가를 계속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였지 싶다.
p.s) 옥상에서 뛰어내리기, 총으로 머리통 날리기, 나무에 목 매달기, 멀쩡한 차로 가로수 들이밖기, 주변의 유리 조각으로 손목 긋기, 집 유리창에 머리 밖기 등등. <해프닝>은 마치 '일어날 수 있는' 자살 방법에 대한 보고서처럼 느껴지더라. 이건 진짜 belle의 사견. ㅋㅋ 그러니 <해프닝>은 샤말란 식 '자살 방법론'?
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[?]
- M 나이트 샤말란의 오랜만의 기대작!!! "해프닝"의 새 예고편이래요!!!! by 라피니
- 해프닝 (2008, 미국) by 포도맛사과
- 해프닝 (The Happening, 2008) by 마른미역
- # 해프닝 (2008.The Happening) by silvermoon
- 해프닝 by 맑은냇가
# by | 2008/06/16 16:46 | the movie | 트랙백(1) | 덧글(2)








☞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(트랙백 보내기) [도움말]
제목 : 해프닝 - 과유불급에 이르는 길
해프닝 (Happening, 2008)반전으로 흥한 자 반전으로 망한다고 했나. 드라마와 개연성은 찾아보기도 힘들고 눈에 들어오는 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면들뿐이다.규격화된 구조를 바란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무책임한 영화라면 반길 이유도 없다.공황 속에 일어나는 인간 군상들이 궁금하다면 차라리 미스트를 다시 보는 게 훨씬 낫다.빌딩으로 보이는 듯한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이 무슨 보릿자루처럼 철퍼덕하면서 우수수 떨어진다.사자 우리 안에 들어간 조......more